졸속 추진 ‘수신료 분리징수’, 한전-아파트 갈등 격화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된 가운데 관련 업무를두고 한전과 공동주택 관리단체 간의 갈등이 가중되고 있다. 공동주택단체는 한전이 직접 수신료를 징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한전은 공동주택단체의일방적 발표라고 해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수신료 징수 방법을 놓고 혼란이 일고 있으며 이로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협)는 25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한전과의 수신료 징수 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대주협은 “한전은 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TV수신료 분리세대에 대한 별도의 계좌를 개설해 수신료를 징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주협은 “다만, 전국의 공동주택별(약 28,000단지)로 별도의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기술적, 금융적인 문제(별도계좌 개설에 4주 소요)로 시행시기에 대해 양해를 요청해 옴에 따라 최종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8월 중최종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이튿날 대주협의 발표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한전 측은 아파트관리 신문에 “주관협이 게시한 공지는 확인했으나, 관련된 내용은 여전히 협의 중이고 정확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간 한전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공동주택 관리단체에 요구해 왔다. 한전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된 지난 12일부터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TV수신료 분리납부 신청서를 배포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 관리사무소에 수신료 분리납부 희망 가정을 취합해 지정계좌로 수신료를 별도로 입금하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주협을 비롯한 공동주택 관리단체는 ‘한전의 책임전가’라고 반발하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전과 공동주택 관리단체들은 여러 차례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한국주택관리협회, 대주협 등은 20일 공동 성명을 내어 “한전은 마치 관리사무소가 한전의 하부기관인 것처럼 시행령 개정에 따른 관리 책임을 아파트에 전가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징수책임의 관리사무소 전가는 수신료를 납부한 선량한 입주민에게 납부거부에 따른 대손책임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며 “한전은 직접 TV수신료를 징수하여, 분리징수에 의해 발생할 미수수신료 손실책임을 아파트 거주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징수 업무 주체가 결정되더라도 사회적·경제적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전은 수신료 청구서 제작비, 우편 발송비 등 1건당 680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연간 추가 비용은 18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전은 시스템 구축 및 전산 처리 비용, 전담 관리 인력 인건비 등 기존 수신료 징수 비용 419억 원까지 더하면 징수 비용은 연간 최대 226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이에 따라 한전은 KBS에 위탁 업무 수행비를 추가로 먼저 지급하도록 계약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희범 대주협 사무총장은26일 미디어스에 "관리비에 수신료를 추가할 권한도 없고, 이럴 경우 시행령 개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만약 관리비에 수신료를 통합한다면 체납 세대가 발생했을 때 다른 세대에게 피해가 간다. 그런 부담을 안고 체납 관리를 할 수 없잖냐"고 말했다. 일괄징수인 관리비는체납 세대가 발생할 때 그 금액을 세대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채 사무총장은"가뜩이나 관리사무소 인력이 줄었는데, 수신료 관리 업무를 떠맡으면 업무 강도가 심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급작스러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으로 인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광명시 소재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관리신문에 “관리비에 TV수신료가 같이 부과될 경우 관리비 자체를 내지 않겠다고 하는 민원도 있었다”며 “장마철 침수와 태풍 피해 방지 등 바쁜 상황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또 늘어나는 것이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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